11월 11일 주권자대회는 '촛불은 계속 타오른다'는 선언이다. 주권자들이 한 자리에 다시 모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특정 인물이나 단체 주도가 아닌, 각자 꿈꾸는 더 나은 세상을 디자인하기 위해 모인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국가에 한 발 더 다가가는 느낌이다.
시민들이 주말을 바쳐 광장에 나온 지난 날, 현우씨 역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광장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국회 앞에서 촛불 모자를 쓰고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여전히 현우씨의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여자들이 무리를 지어 구호를 외치니까 지나가는 남성들이 '기특하다'는 둥, '여자들이 공부나 할 것이지' 하는 망발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그 말을 듣고 '공부는 아저씨나 하세요', '우리는 여기서 세상을 바꾼다'는 구호를 즉흥적으로 외쳤다. 그게 페미존의 구호가 되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쯤의 일인데 담임교사가 학생 한 명을 불러내서 다른 학생들을 겁 준답시고 바닥에 쓰러질 때까지 때리는 걸 본 적이 있다. 그 경험 이후부터 학교랑 불화하기 시작한 것 같다. 왜 사람이 사람을 저렇게 때리지? 사람이 사람을 함부로 때리는 건 잘못된 일 아닌가, 하는 감각이 생겨났다.
곧 10월 29일이 촛불 1주년인데. 촛불혁명의 가장 큰 의미가 뭐냐 이것에 대해서도 논의된 적이 없어요. 그냥 박근혜 구속시키려고 한 거 아니잖아요. 그 때 저는 진주 여고생의 스피치를 기억해요. "박근혜만 구속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 됩니까. 우리 안의 박근혜, 우리 곁의 최순실은 어떻게 할 겁니까" 란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저도 동감해요. 촛불시위 현장에 살충제 계란을 만든 사람도 있었을 가능성이 있고, 데이트 폭력을 하는 남자도 있었을 것이고, 일상으로 돌아가서 광장의 민주주의는 실현했지만 직장과 가정과 사회의 민주주의는 실현이 되지 않은 상황이잖아요.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비극적인 사건들이 한국에 던져준 화두는 '안전'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는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정치권이 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시민들이 압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